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세상야그

몰상식적 녀!

★진달래★ 2005. 5. 9. 14:46
 

 

토요일 저녁....서희가 이상현의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겠다는 계획을 섬찟하게 감상한 후 잠자리에 들어 눈을 붙이려고 하는데 윗층에서는 막 유치원 운동회를 시작한다. 10분 20분 좀 있으면 운동회를 마치겠거니.....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하마하마하다가 11시 30분을 넘어간다. 수학여행을 다녀와 피곤하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아들이 눈을 비비며 나와서는 “아빠 전화 좀 하지요?” 하며 너무 시끄럽지 않냐는 동의를 구해온다.


짜증이 밀려왔다.

성격상 남한테 싫은 소리 잘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불편부당함을 오래 참는 데도 소질이 없다. 인터폰을 연결해 주는 경비실 아저씨도 졸음에 겨운 모양이다.


윗층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받는다.

“너무 시끄럽지 않냐? 이웃 생각도 좀 해줘라” 라고 하는데 대꾸하기 싫다는 억양으로 “저나 쫌 받아봐!”제어미를 앙칼지게 부른다. 딸네미 말버릇을 보니 그 집구석 사정이 훤하게 보인다. 전에도 서너번 자다 일어나 “좀 조용히!” 를 구걸하듯 전화한 적 있었지만 그 때마다 소 등허리 파리 쫒듯이 대답이 싱퉁망퉁이였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러했다.


“예? 예!”

높낮이가 다른 짧은 두마디가 다였다. 나 같으면 미안하다는 말을 앞세웠을 거다. 혹시 기분이나 상하지 않을까? 몇 번이나 망설이다 전화한 내가 다 무색했다. 씨브랄 년! 몰상식한 년! 천장을 올려다보며 소리 내어 투덜거렸다.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역시 전화하기를 잘했나 보다. 양심이 있다면 전화하는 내 심정을 알 것이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안면몰수하고 이웃간의 예의를 거론하며 가타부타 할소리 안할소리를 다했지만 그 여편네가 사업소에 근무하는 직원이란 걸 알고부터는 시끄러워 잠을 안자더라도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 오던 터다.


근데 웬걸 인내는 나 혼자 단련해 오던 중이었고 그 여자는 그런 전화를 받아도 이틀을 안가나 보다. 어제 일요일 저녁도 시끄러워 잠을 설칠 정도였다. “에이...우리는 이사 가는 데마다 이웃이 왜 이 모냥이지?”88년 올림픽 공식부부로 결혼 이후 세 번의 이사를 했는데 가는데 마다 이웃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왔다.


결혼 처음 아내가 헤어숖을 운영했던 관계로 가게와 살림집이 딸린 상가에 집을 얻었는데 이웃가게 주인이 주태백이었다. 부부가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이발사 아내는 면도사였다. 자칭 안동양반이라고 자신을 처음 소개하던 그 양반은 정말이지 술만 안마시면 둘도 없는 센님에 양반이였다.


그러나 소주라도 한잔 들어가는 날이면 날밤을 까며 부부싸움을 하기가 일쑤였고 싸움의 발단은 대부분 머리를 깍으러 온 손님들의 집쩍거림에 대해 아내가 정확한 no를 표명하지 않은데 있었다. 손님들이야 두사람이 부부란 걸 모르는 형편이니 면도를 받으며 허벅지를 만지기도 하고 쉬는 날 차 한잔을 요구하기도 하는 게 예사였고 아내는 영업상 거절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우리는 그들이 부부싸움을 하는 날은 미리 비디오테잎을 두어개 빌려다 보기도 했는데 그것은 부부싸움 중 그들이 주고받는 씽씽하고도 느낌이 절절한 욕설에 민망해서이기도 하고 두 번째는 그들의 아이가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부르짖는 그 처절한 외침이 듣기 애처로워서였다.


정말 이사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이웃의 싸움인지라 보다 못하여 몇 번 말리러 껴들었다가 사내 여편네 지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변명도 아닌 것을 우리에게 편들기를 강제하며 번갈아 가게를 차지하고 썰을 푸는 바람에 난감하기 짝이 없었고 그런 여러 시행착오 끝에 그럴까 싶어 미리 말해준다는 것이 늦었다면서 주인집 할매가 절대 모른 척 하라고 다짐하듯 일러 주기도 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5년을 살다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나왔는데 2년쯤 될 때부터 부부싸움 중 주고받는 대화의 한마디만 듣고도 오늘 밤의 싸움 발단이 무엇인지 그 원인을 알아낼 수 있는 도를 터득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이 부부싸움 중 가장 흔히 주고받는 어절 중 예를 들어 보면


1. 니가 하는 게 뭐 있노?.....손님이 없어 종일 노는 날.

2. 밥만 묵으모 사나?....손님은 좀 있는데 서방이 힘을 못 쓴 다음날.

3. 니 혼자 다해라 니 혼자!...면도손님하고 아내가 외출한 날.


두 번째 맞벌이 5년에 아파트를 사서 신나게 이사한 곳이었다.

전망 좋은 10층 로얄 공간에 결혼 6년차의 이삿짐을 풀었는데 역시나 이곳에서도 대단한 이웃을 만나는데는 모자람이 없었다. 옆집 1호의 새댁은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매사에 경우가 바를 것이라는 예상외로 살림솜씨가 너무 수더분해 그 집 현관문이 열린 날은 지나갈 때는 물론가능한 한 숨을 멈춰야 덜 피곤할 정도였으며 끼니때 마다 냄비며 냄비 대접이면 대접에 밥을 부어서는 참기름 좀? 간장 좀? 소금 좀? 얻으러 오는데에는 아내가 질릴 정도였었다. 


그런데다 초등 3학년 아들과 동갑인 그 집 딸네미가 시도 때도 없이 예수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고 전도를 해대는 통에 아들네미 지옥이란 게 뭐냐고? 정말이냐고? 스트레스 적잖게 받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랫집 부부 또한 한가락을 하던 사람들이었는데 밤마다 자주 가구 때려 부수기를 무슨 힘자랑 하듯 하여 주변 가구가게의 수익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지 싶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지(?) 그 1호의 사업이 순조롭지 못하여 집을 팔고 이사를 가고 말았는데 후담으로 그 새댁의 부군이 지병으로 급사했다는 불행한 소식을 들었던 것 같다.


그 아파트에서 10년을 살던 중 1층 상가에 찜질방이네 헬스센터가 들어서 주거지의 이미지가 영 말이 아니기에 매매를 하고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를 온지 이제 2년째인데 이곳에서도 예나 다름없이 비상식적인 이웃 때문에 살기가 영 즐겁지 못한 것이다.


견디다 못해 아내가 윗 층에 올라가 애로 사항을 이야기하고 차나 한잔 하자고 그 집 주인의 동생 되는 여자를 초청했더니

“정말 크게 들리네요!”

하고 한마디로 짧게 자기 집의 소음청취담을 이야기하고 말더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여태 어떤 조심성도 개선책도 없이 그냥 그렇게 쿵쿵거리며 나는 윗층 사는데 니가 뭘 어쩌랴고? 하며 제맘대로 살아대고 있는 것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아파트 층간의 소음에 대해서도 경범죄로 취급하여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국회 입법 중에 있다하는데 이런 작은 문제까지도 법에 의해 규제를 해야 되는 판이니 이젠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없어질 판이 아닌가?


아내가 윗층이 왜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기를 윗층 가족의 구성원이 주인부부와 동생부부 그리고 친정엄마까지 대식구가 모여 살고 있는데 얼마나 살기가 딱하면 아이들 방에 부부가 거처하겠느냐고? 불쌍하게 생각하고 날더러 참고 살자고 한다.


그 참?

누가 지들 식구 많다고 내가 뭐라는가? 여덟이 아니라 80명이 모여 살더래도 좀 조용히 살면 내가 뭐래? 


그러자니 비꼬기를 맨날 고구려 땅이 어떠니 독도가 어쩌니 우주개발이 어떠니 하면서도 이런 것에는 상당히 이기주의적인 면이 많다고 하는데...글쎄다.


병들고 늙은 부모 대소변 갈아보지 않은 사람이 효도이야기 하는 거 하고 시끄러운 아파트 아래층에 살아보지 않는 사람이 이웃사랑 이야기 하는 거는 다 거짓말이다 라고 했더니 일견 고개를 끄떡이긴 하는데.


아파트 층간의 소음...이거 속시원한 해결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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