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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야그

비둘기와 싸우다!

★진달래★ 2005. 5. 12. 10:15

 

 

“아이고 이론!”

엊저녁 베란다를 청소하던 마누라 입에서 나온 탄식의 일종입니다.

“얼른 와 보셔!”

이어 2차적 호출입니다.


“이런 됀장!”

베란다 밖 에어컨 냉각기와 벽 틈새에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한 마리가 앉아 있고 그놈의 뒤쪽에는 실례해 놓은 똥 덩어리가 냉각기와 벽을 연결하여 산을 이루고 있는 겁니다. 뭉쳐지고 다져진 그 똥 덩어리의 크기나 컬러의 변화로 봐서 아파트 주인도 몰래 지 맘대로 세 들어 산지가 꽤 오래됨직 해보입니다. 이놈을 달세 없이 계속 살게 뒀다가는 끝내 냉각기가 똥에 틀어 막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우려가 쓰을 드는 겁니다.


“하! 이것이 월세 한푼도 안내고 언제 이사를 했어!”


잡아서 구워 먹어까? 늦둥이 하고 씨씨덕거리다가 마! 가거라 싶어 “훠이 훠이!” 하는데도 해가 진 탓인지 아님 지 집이라고 작정을 하고 같찮은 텃새를 하는 것인지 도대체 움직이려 들지를 않는 겁니다.


그려서 창살 틈으로 손을 넣어 쫓아내려고 했더니 냉각기 밑을 뱅뱅 요리조리 피하면서 종내는 베란다 난간에 걸터앉아 째려보기까지 하는 겁니다.


참 기가 차서리....그 동안 세 한푼 안내고 똥 처발라감서 살았음 감지덕지지 이것이 방 빼라고 좋은 말로 했더니 앙물을 하는 거지요.....빗자루를 가지고 와서 대가리를 겨누어 냅다 휘둘렀더니 지가 맞을 놈입니까? 물똥을 찌익 갈기면서 후다닥 날아가는 통에 빗자루만 놓칠 뻔 했지 뭡니까?


비가 와야 똥을 치울 것 같기에 저녁밥을 먹었습니다.

자기 전에 혹시나 이것이 또 기어들지나 않았는지 불을 켜고 몰래 들여다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뽀도시 돌아와  “왜! 단잠을 깨우냐!” 는 눈초리로 빠꼼히 올려다보는데 눈알이 빨게 보이는 기 벌써 초저녁잠을 한숨 때린 표정입니다.


“이기 정말로!”

“잡히면 니는 죽은 목숨여!” 휙 재빠르게 손을 집어넣어 날개를 잡는다는 게 아이고머니 냉각기 살에 손가락이 부딪쳐 피가 다 나는 겁니다. 으음 누가 새대가린 겨? 싶은 것이....


한밤중에 베란다 밖에다 철조망을 친다고 끙끙 앓았습니다.

똥만 안 싸 붙이면 달세는 무료로 해줄 의향도 충분한데 무허세입자가 도대체 타협을 하려들지를 안하니 난들 양보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우짜든지 후두까 냈습니다.


강제철거는 그래서 어렵고 반발이 심하고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오늘 저녁에 그 놈이 제 친구들 우루루 달고 들어와 제 방 내놓으라고 집단시위는 안해야 될낀데 걱정이 됩니다. 단체로 와서 유리창에 물똥이라도 쏴 붙이면 정말 큰일 아닙니까?


사람들도 이미 그 전투방식을 터득해서 급할 때 써묵기도 합니다만 똥을 갖다 터트리는 거 그거 정말 효과 쥑입니다. 절대 이길 수없지요. 똥이 더럽기도 하지만 덮어쓰면 공포 그 자체입니다.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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