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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그

그의 투쟁과 사랑!

★진달래★ 2005. 5. 31. 12:00

 

 

한 때 한 지붕 아래서 한 솥밥을 먹으며 의기투합하여 집회에서 현장에서 노래 부르고 투쟁하였던 이로부터 간만에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그를 생각하자면 우선 가슴에 습기가 마르는 느낌으로 부터 종내에는 슬프지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정신적 환경이 예비 되어진다.


에리에 빨간 테두리가 둘러쳐진 투쟁복을 입고 부정부패 일소를 통한 올바른 직장근무 마인드를 구축해 보자고 매일 같이 사람을 만나 설득하고 논쟁하고 주장하더니만 전혀 뜻밖의 “여자문제”라는 복병을 만나 옷을 벗고 민간인이 되어 버렸다.


언젠가 제주 어느 한적한 마을 도랑 옆에서 술 한잔 마시다 느닷없이 나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하던 그 때에 나는 어렴풋이 석연찮은 그의 불길한 미래 행로를 짐작하고는 있었다.


좋은 집안 배경에다 괜찮은 학력과 장교 출신의 경력은 사실 말단 공무원을 하기에는 아까운 인물이었는데 그런 인물이 오랜 관행과 폐습으로 늘 욕을 듣는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떳떳하게 시민 앞에 나서 보자는 운동을 시작했을 때 동료들은 참 신선한 감동을 받기까지 했었다.


일선 장교시절 지휘관 근무를 통해 터득되고 훈련되어 온 지도력과 임기웅변은 한 조직의 리더로써 활동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연의 도덕적 처신이 빌미가 되어 무참한 이너넷 테러를 당한 후에 도망치듯 옷을 벗음은 그를 좋아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아쉬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결국 그는 부정과 부패와의 투쟁에는 열렬한 성과를 보여 주었으나 가녀린 애정과의 투쟁에는 실패하고 말아 머리와 아랫도리의 이중적인 구조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는 명제를 증명해 보여 주었던 것이다. 


형님에게로......시작된 그의 메일은 아직도 어렴풋하게 잠든 듯 흐느끼듯 부르던 그의 노래 봄비를 생각케 해주고 애잔한 영화 카사블랑카를 되새기게 해준다.


정신적 여유가 생기는 날 마음 놓고 소주 한잔 하자는 그의 제의가 너댓번에 가깝도록 실천되지 못한 것은 그가 세상에 얼굴을 내밀 만큼 아직 대중환시에 단련되지 않았다는 것일테고 그의 어줍잖은 불륜의 애정 행각이 생각보다 치명적이었을거라는 내 추측이다.


권력 있고 가진 자들은 배꼽 아래의 행위는 탓하지 않는다는 몰염치를 영웅적인 측면에서 호응하는 듯 주장하기도 하나 대다수의 염치가 맑은 우리들은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라 노래하면서도 단지 아내가 아닌 여자를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죄스러워하고 쉬쉬하고 싶어한다.


사랑이라는 놈이 언제 인척를 따지고 항렬을 따져서 찾아든 적이 있었던가? 인생은 어차피 동물적일 수는 없다는 패배적인 상념으로 ..... 도덕과 사랑....이 난해한 두 율법 아래에서 오늘도 피곤한 모습으로 사랑은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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